지역이야기

군산과 성수동

어메이딕(Amadic) 2023. 10. 8. 14:25

 최근에는 부쩍 서울에 갈 일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성수동, 이태원, 연남동 골목길을 돌아봤어요. 골목들을 돌아보고 직관적으로 느낀 점들이 있었죠. 그리고 저도 모르게 서울의 골목길에 위치한 플레이어들과 제가 살고 있는 군산 지역의 플레이어들을 함께 생각해보게 되었죠. 

 개인적인 기준으로 바라보면, 제가 알고 있는 군산 플레이어들을 서울 골목길의 플레이어들과 비교해봤을 때 평균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군산의 플레이어들도 ‘충분히 훌륭하다’ 라는 결론을 얻었지요. 그런데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되었어요.

 골목을 채우는 사람들의 에너지는 꽤 충격적이었어요. 성수동, 한남동 등 골목을 지나가는 행인들은 에너지가 넘쳤고 골목들이 살아있고 힘이 넘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군산의 골목길은 상대적으로 골목을 채우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부족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성수동의 멋진 플레이어를 군산의 골목에 위치시킨다면 빛을 볼 수 있을까?’ 더 크게는 ‘지역에서 훌륭한 플레이어를 키워내는 것만으로는 도심의 활기를 불어넣는 것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시작했고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답니다.

 며칠 후, 군산으로 내려와서 평일 일정 사이에 시간이 남아 영화동 인근을 산책해봤지요. 평일이라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했어요. 서울의 골목길 같은 에너지도 없었지요. 하지만 굉장히 낡은 오래된 양옥들, 일본식 가옥, 한옥, 시대를 알 수 없는 건물들. 무언가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군산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불과 며칠 전에 느꼈던 암울함 속에서 큰 가능성의 빛을 본 것 같았어요. 

 군산은 어떤 도시라고 생각하냐? 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저는 ‘군산은 짬뽕같은 도시입니다’라고 말하곤 해요. 짬뽕이 유명해서 짬뽕같은 도시라는 뜻은 아니에요. ‘짬뽕’은 서로  다른  것을  뒤섞다는 뜻이 있어요. 군산에는 일제강점기의 근대문화, 중국화교문화, 미군에 영향을 받은 문화 등 다양한 문화가 섞여있어요. 사실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굉장히 오묘하게 느껴져요. 그것이 군산의 매력인 것 같아요. 

 플레이어를 키워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서울, 글로벌, 트렌드의 최전선의 것들 도 필요하지만 군산의 설명하기 어려운 바이브를 잘 살릴 수 있는 플레이어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이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앞으로 고민해보려 해요.